우주를 공부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바로 '단위'라는 벽입니다.지구에서는 초, 분, 시간처럼 익숙한 시간 단위와
미터, 킬로미터 같은 거리 단위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우주로 들어가면 이런 기준들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우주의 스케일은 너무나도 커서, 일상적인 단위로는 표현이 불가능하죠.
천문학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광년’이라는 단어를 보고, 그게 시간인지 거리인지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빛의 속도는 초당 30만 km'라는 정보만 떠오른 채, 광년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감이 안 잡혔죠.
그러다 ‘파섹’, ‘천문단위’ 같은 새로운 단위를 접하면서 우주에서는 단위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알게 됐죠.
우주에서 쓰이는 단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사고방식’이라는 걸 말이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광년, 파섹, 천문단위를 제가 실제로 책을 읽고 공부하며 이해했던 방식 그대로
정의와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맥락까지 풀어보려 합니다.
시간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거리
‘광년’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시적이고 멋지게 들렸습니다.
‘빛이 1년 동안 여행하는 거리’라는 설명은 아름답기도 했고 한편으론 혼란스럽기도 했죠.
처음엔 당연히 시간 단위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광년은 거리 단위였습니다.
진공 상태에서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거리, 천문학에서는 별이나 은하까지의 거리를
광년 단위로 자주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는 약 4.37광년 떨어져 있다고 하죠.
이 말은, 그 별에서 출발한 빛이 4.37년을 날아와 지금 우리 눈에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결국 우리는 밤하늘을 볼 때 ‘현재의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수년 전, 혹은 수백만 년 전의 ‘과거의 장면’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별빛 하나하나가 수백만 년 전의 메시지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지구의 공전으로 계산되는 과학적인 거리
광년에 익숙해질 무렵, ‘파섹(parsec)’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됐습니다.
이 단위는 처음에는 꽤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다이어그램, 각도, ‘시차(parallax)’ 같은 개념이 함께 등장하면서
수학적인 느낌이 강했죠. 하지만 알고 보면 파섹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거리 단위였습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1년 동안 돌면서 같은 별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이때 별의 위치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이걸 연주시차라고 부릅니다.
이 시차가 정확히 **1초각(arcsecond)**일 때의 거리가 바로 1파섹입니다.
숫자로 보면 약 3.26광년, 약 30조 9천억 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죠.
과학적인 계산과 관측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광년보다 파섹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또한 ‘킬로파섹(kpc)’, ‘메가파섹(Mpc)’ 같은 확장 단위도 흔히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우주의 팽창 속도를 이야기할 때는 “1메가파섹당 몇 km씩 우주가 확장된다”는 식으로 표현하죠.
이런 걸 보면서 파섹은 단순한 거리 단위가 아니라 지구의 움직임과 정밀한 관측 기술, 우주의 기하학이 담긴
정교한 언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진공레서 이동하는 거리로써, 약9조 4600억 km에 해당됩니다. 시간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는 거리 단위이고, 우주에선 은하와 별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때 사용합니다.
태양계 안에서 감각할 수 있는 기준
광년이나 파섹처럼 거대한 단위는 체감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천문단위(Astronomical Unit, AU)’라는 단위를 알게 되었죠.
이 단위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뜻하며, 약 1억 4,960만 킬로미터입니다.
빛의 속도로 따지면 태양에서 지구까지 약 8분 20초가 걸립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금 우리가 보는 태양은 8분 전의 모습이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 났습니다.
천문단위는 태양계 안의 행성 간 거리 측정에 자주 쓰입니다.우주 탐사선의 거리 표현에도 이 단위가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보이저 1호는 현재 160 AU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태양에서 지구 거리의 160배라는 말이죠.
이 수치를 보면서, 천문단위는 우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기준점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공부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우주에서는 시간과 거리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상에서는 각각 다른 개념인데, 우주에서는 빛의 속도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죠.
어떤 은하가 1,000만 광년 떨어져 있다면, 우리는 그 은하의 1,000만 년 전 모습을 지금 보고 있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보는 우주는 언제나 ‘과거’입니다. 결국 천문학은 오래된 빛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우리는 ‘현재’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광자를 타고 온 우주의 기억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광년이라는 단위도 단순한 거리를 넘어서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광년, 파섹, 천문단위—이 단위들은 더 이상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들은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말할 때 사용하는 공통의 언어입니다.
광년은 빛의 속도와 시간을 동시에 담고 있고, 파섹은 지구의 움직임과 별의 거리,
천문단위는 우리 태양계의 기준점이 되어 줍니다.
이 단위들은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 즉 ‘무한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질서 있는 체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위를 통해 우리는 우주가 멈춰 있지 않다는 것, 시간은 언제나 ‘지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누군가 “그 은하는 1천만 광년 떨어져 있다”고 말할 때, 이제 저는 ‘정말 멀다’고만 느끼지 않고
‘1천만 년 전의 이야기를 지금 눈앞에서 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천문학의 아름다움, 그리고 ‘단위’라는 도구가 가진 위대한 힘이 아닐까요.